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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제주도 가볼만한곳, 사려니숲길

제주도 하면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되고, 자연과 더불어 거닐 수 있는 곳이 떠오릅니다. 오름과 곶자왈, 한라산이 제일 먼저 떠오르죠. 제주도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연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제주도 사려니숲길을 걸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주 사려니숲을 가려면 네비로 사려니숲길 주차장을 찍고 가면 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려면 221번 버스나 222번 버스를 타고 사려니숲길 정류장에서 하차하시면 돼요.

 

사려니숲길은 안개가 껴도 좋고, 비가 내려도 걷기에 좋은 곳입니다. 저도 비가 내리는 날에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비 내릴 때 걷기 좋은 곳으로 사려니숲을 선택했죠. 내리는 비를 나무들이 막아주니 어렵지 않게 거닐 수 있습니다.

 

사려니숲길은 비가 와도, 눈이 대려도 걷기 좋은 곳이에요.

중간지점인 물찻오름까지 4.8km, 8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왕복으로 넉넉히 3시간이면 충분할 듯 해요. 근데, 안내 지도를 보고 있으니 관리하시는 분이 물찻오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올 거면 완주를 하라고 하시네요. 다시 지도를 보니, 완주코스는 10km 정도로 3시간이면 됩니다. 흠.. 물찻오름까지 왕복은 9.6km이고, 완주 코스는 10km 로 차이가 없긴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차때문에 중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버스 타고 오면 된다고 하시면서 완주해보라고 자꾸 권유를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말에 혹해서 완주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버스타고 돌아오면 되죠 머. ^^

입구부터 나무들이 울창해서 숲 내음이 사람을 편안하게 합니다. 걷는 것을 좋아라 하는 우리이기에 이런 길이 너무 좋습니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니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습니다. 이렇게 안개로 둘러싸인 숲길을 거니는 것은 운치 있고 좋습니다. 거기다 사람들도 없어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걷기에도 좋고요

 

천천히 걸으며 이곳에 동화되려고 노력합니다. 저 멀리 숲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비에 눌려 퍼지는 숲 향기를 맡아가면서 말이죠.

 

걷다가 마주치는 달팽이마저도 반갑습니다. 텃밭에서 만났다면 바로 처단했을 대상인데 말이죠 ^^;; 어디를 급히 가시는지 발걸음이 빠릅니다. 하지만, 달팽이 걸음이 빠르진 못하죠. 우리도 달팽이처럼 천천히 이곳을 거닐어 봅니다.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하트 이끼도 만나고... 급하게 걷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는데, 슬로우 트래킹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눈에 들어옵니다. 길가에 무심하게 놓여있는 하트 이끼가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네요.

엘 오 브이 이 (L O V E)

사랑하면 삽시다. ^^*

 

자연과 더불어 걷다 보니 심심할 틈새 없이 중간 지점인 물찻오름에 도착했습니다. 걸은 지 2시간 정도 소용되었네요. 계획은 80분 ~ 90분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연과 교감하면서 오다 보니 시간을 훌쩍 넘었어요~ ^^;;

 

물찻오름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물찻오름에 가보고 싶으신 분은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니 참고하세요~ 저희는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고 오는 바람에 예약을 못했으니, 그대로 통과~ ^^

 

이제 반대편으로 넘어갑니다. 이때부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기에 돌아가야 하나 완주해야 하나 잠깐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거리며 시간이며 비슷하기에 원래 생각했던 대로 완주하기로 합니다. 다행히 우의를 챙겨 왔으니 걷는데 지장은 없네요 ^^

중간 지점을 통과해서 1시간 정도 걸으면 삼나무 숲이 나옵니다. 쭉쭉 뻗은 모습이 시원시원합니다. 그 안을 거닐 수 있도록 길이 나 있어요. 삼나무 숲을 거닐면 나무들이 반갑다고 머리 위로 물방울을 떨어뜨려 인사를 합니다.

잘 지냈냐고... 평안하냐고...

대신 너무 많은 나무들이 한꺼번에 인사를 할 때면 정신이 없어요. ㅋ

붉은오름쪽 길은 삼나무를 끼고 걸어서 진정 숲에 와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완주하는 분들이 거의 없기에 모든 숲을 우리가 전세 낸 것 같이 우리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비가 오고 안개가 껴서 고즈넉함마저 느끼게 됩니다.

 

걷다 보니 안개가 더 자욱하게 드리웁니다. 자욱한 안개가 몽환적인 느낌을 주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이런 풍경, 이런 느낌 때문에 비 내리는 날에 숲길을 거니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아요.

 

숲에 취해, 안개에 취해 걷다보니 출구가 보입니다. 4시간 정도 걸어서 반대편 입구에 도착했어요. 10km 거리이니 보통 걸음으로 2시간 30분이면 되는데, 자연과 교감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4시간이나 걸렸네요 ㅋ

 

새와 나무... 그리고 비와 안개와의 멋진 만남이었습니다. 이제 버스 타러 갑니다~~ ^^